책은 도끼다... 울림이 있는 박웅현 인문학 책 추천 베스트셀러

 

책은 도끼다

독보적인 스타일을 구축한 박웅현. 그는 말한다. 창의력의 전장인 광고계에서 30여 년간 광고를 만들 수 있었던 바탕에는 인문학이 있었고, 그 중심에는 ‘책’이 있었다고. 책을 통해 얻은 예민해진 촉수가 자신의 생업을 도왔다고. 『책은 도끼다』는 인문학적 깊이가 느껴지면서도 사람들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남긴 광고를 만들어온 저자가 자신의 창의성과 감성을 일깨웠던, 이제는 고전으로 손꼽히는 책들을 소개하는 인문교양서이다. 『책은 도끼다』에 등장하는 책들

저자

박웅현

출판

북하우스

출판일

2011.10.10

 

우리가 읽는 책이 머리를 한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책을 읽는 거지?

 

책은 내 마음속 언 바다를
깨는 도끼와도 같다

- 프란츠 카프카 -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

<변신>에서 카프카 저자가 한 말입니다

 

<책은 도끼다>의 표지를 열면 카프카의 말에 울림을 공유하라는 이유로 독자가 맞이하게 되는 첫 구절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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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웅현 저자의 <책은 도끼다>를 읽으면서 무슨 카프카의 말인가 하겠지만 "책은 도끼다!"라는 이 야릇한 제목이 왜 이렇게 지어졌어야 했는지 금방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평소 급한 성격 탓인지 '들어가기 전', '프롤로그', '저자의 말'과 같은 본문 전에 기록된 글을 건너뛰는 버릇 같은 것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책을 계기로 버릇처럼 읽지 않는다는 그 도입부는 모든 작가들이 어떤 마음으로 책을 집필하였는지 엿볼 수 있는 정말 중요한 부분임을 알게 되었어요

 

거창한 요리를 먹기 전 식욕을 돋우어 온전히 그 본 요리만의 맛을 삼킬 수 있도록 아주 중요한 역할을 맡은 애피타이저 같은 그런 글들을 나의 게으름과 요상한 성격이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의미를 놓쳤을까 하고 생가해봅니다

 

굳이 이렇게 살벌한 물건(?)을 비유하여 저자의 뜻을 전달해야만 했을까 싶기도 하지만 박웅현 작가님의 표현처럼 얼어붙은 감성을 깨뜨리고 잠자던 세포를 깨우는 데는 도끼만 한 것이 없죠ㅎㅎ

 

"도끼 자국들은 내 머릿속에 선명한 흔적을 남긴다"

 

Pixabay @ Nini Kvaratskhelia

 

 <책은 도끼다>는 한 줄 한 줄 읽을 때마다 쩌렁쩌렁 울리며 그  얼음이 깨지는 소리,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고 또 들릴 것입니다

책,

그 속에 빼곡히 갇혀 있는 활자들은 분명 독자들의 마음 깊숙이 침투되어야 좋은 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니까요

 

'책은 도끼다'를 비롯하여 '문장과 순간', '여덟 단어' 등 박웅현 작가님의 여러 작품들은 나에게 충분히 날카로운 도끼가 되었습니다

 

인문학 강독회에 걸맞게 책의 내용 대부분들은, 책을 깊이 있게 읽고 한 문장 한 문장 꾹꾹 눌러 읽었다는 작가의 마음에 울림이 가득 채워진 다른 책들의 문장들로 대부분의 내용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예민해진 촉수를 드러내어 글을 감지하고 단물과 껍질 씨앗마저 꼭꼭 씹어 삼킬 수 있는 통찰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자 그럼 슬슬 책 속에서 영감과 울림을 받으러 가 볼까요?

고개를 돌리자 그다음은 물방울이 빈 유리병 끝에 힘없이 나타나 길쭉한 배 모양을 이루더니 잠시 망설이다가 마치 엄두도 나지 않는다는 듯 다시 둥근 모양으로 줄어들더니 끝내 떨어지기를 포기한 채 시간의 흐름을 역류하듯 제자리로 올라가는 것이었다
- <책은 도끼다> p.161

 

물방울이 흘러내리는 모습을 표현한 것입니다 예술이지 않나요? 이처럼 <책은 도끼다>에서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문장들이 많이 들어 있어요

작가이기도 하지만 카피라이터로 오랜 시간 일해왔었던 이유인지 저자는 의미가 응축돼 있는 글, 예리한 글을 좋아하는 듯 보였습니다

 

박웅현 작가는 스마트폰을 한번 충전하면 사흘이나 갈 정도로 스마트폰을 거의 쓰지 않는다고 합니다 퇴근하면 스마트폰부터 끄고 대신 그의 곁에는 항상 책과 메모장이 함께 한다고 해요

20년 동안 책을 읽을 때마다 필사를 하거나 떠오르는 생각을 적은 메모들은 서랍 속에 수십 권이 있다고 하니 책 읽기와 글쓰기에 진심인가 봅니다

 

표현이 좋은 다른 문장들도 보여드리겠습니다

화단에서는 군데군데 꽃이 눈을 떠 깜짝 놀란 소리로 "빨강!"하고 외쳤다 
라이나 마리아 리케의 대표작이자 유일한 장편소설 <말테의 수기>의 한 구절입니다
- <책은 도끼다> p.171

 

참으로 어이없어지는 문장입니다

내 눈엔 그저 화단에 꽃이 예쁘게 피어 있을 뿐인데 말문이 막혀 버리는 표현입니다

정오 가까이 비가 멎었다
태양은 구름을 가르고 그 따사로운 얼굴을 내밀어 그 빛살로 사랑하는 바다와 대지를 씻고 닦고 어루만졌다
나는 뱃머리에 서서 시야에 드러난 기적을 만끽할 수 있도록 나 자신을 버려두었다
- <책은 도끼다> p. 202

 

이 책에서는 곳곳에 이렇듯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를 고스란히 캐낼 수 있는 눈을 가진 작가들의 책들이 많이 소개됩니다

 

특히 저자는 이처럼 보석 같은 구절들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책에서는 흘러넘치도록 볼 수 있다고도 합니다

 

책이란, 

나는 한 권의 책을 펼쳤을 뿐인데 다른 삶으로 나를 데리고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관조하게 만드는 삶의 태도를 가질 수 있게 하고 그래서 늘 행복한 나를 볼 수 있는 듯하고요

 

책에 맛이 들린다는 건 결국 이런 것인가 봅니다

 

이 도서관에 들어오면 
내가 왜 여기서 나가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마리 드 세비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