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세상에 나쁜책은 없다

보통의 언어들 - 김이나 작사가 첫 에세이 공감 명언 예쁜문장 북리뷰

다리꼰여자 2024. 8. 15.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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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는 저마다의 
감정 서랍이 있다
상황에 대한 기억은 흐릿해질지라도
그때 느낀 감정들은
어딘가에 저당되어 있다


 

처음 김이나 자가님을 알게 된 것은 오래전 JTBC 싱어게인 2라는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으로 활약했을 때의 모습이에요

슬픈 영화 속 주인공 같은 여린 얼굴로 첫 번째 심사위원석에 앉아 있었지요

날카로운 분석에 의한 심사평은 아주 논리적이었으며, 적절한 언어로 핵포인트만을 콕콕 짚어내는 말들이 참가자들의 가슴은 또 얼마나 미세하게 요동치며 떨렸을까요  하지만 나의 시선은 그저 그런 모습이 근사하고 반짝반짝 빛나 보였어요

아마도 그때부터 팬이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보통의 언어들 책리뷰

 

 

 

[보통의 언어들]의 저자이기 전에 아이유-좋은 날, 에일리-저녁하늘 등 누구나 들으면 알만한 히트곡을 300여 개나 만들어낸 유명한 작사가이기도 합니다

 

나의 느낌대로 책 속의 문장들은 세밀하고 크리스마스 트리에 듬뿍 내려앉은 눈송이들처럼 포근하고 따뜻함이 느껴지는 그런 글들의 모임이었어요

 

조금 더 다가가 한번 들여다볼까요?

 

내 감정에 사랑스러웠던 문장들을 몇 포인트 적어 보았습니다

 

나는 '사람은 완벽하지 않다'라는 말은 완벽히 상대적인 말이라 생각한다
모든 관계를 단절하고 나 하나만 놓고 보자면 나는 완벽하다
잘난 부분 딱 그만큼의 못난 부분을 갖춘, 완벽한 밸런스를 갖춘 사람이다

비뚤어진 부분이 있고 그래서 나오는 독특한 시각과 표현력이 있다
모나게 튀어나온 못된 심술도 있고 그 반대 편엔 튀어나온 만큼 쑥 패여서 무언가를 담아내는 포용력이 있다.

<보통의 언어들> P20 중에서

 

 

사과를 받을 사람 쪽에서 필요한 겸연쩍은 시간이란 게 있다
마지못해 내민 손을 잡아주고, 다시 웃으며 이야기 나누기까지 떼는 한 걸음 한 걸음은 몹시 무겁다

이 무거운 발걸음을 기다려 주는 것까지가 진짜 사과다

< 보통의 언어> P37 중에서

 

 

보통의 언어들

 

 

 

이별을 힘들어하는 사연을 만날 때마다 먼저 나오는 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갈 것이다'하는 소리다
힘겨워하고 있는 사람에게 위로가 될 수 없다는 말이란 걸 잘 알면서도 그렇게 이야기하는 건 그게 유일한 진실이기 때문이다

기억이 가진 슬프고, 동시에 위대한 속성은 시간을 이기지 못한다는 점이다
어떻게든 흐려지고 잊어진다

<보통의 언어> P92 중에서

 

 

사랑과 행복은 비처럼 내려오는 감정들이다
나의 의지로 써가 아니라 누군가 갑자기 연 커튼 너머 햇살처럼 쏟아져 내린다
사랑, 행복, 슬픔은 모두 젖어드는 감정들이다

폭우처럼 우리를 속수무책으로 만들고, 가랑비처럼 어느새 정신 차려보면 푹 젖어 있게 한다

<보통의 언어> P115 중에서

 

 

예쁜 문장들은 너무 많아요 하지만 여기까지 정리해 보았습니다

 

 

누구에게나 인간관계란 힘들고 때론 지치게 만드는 일인 것 같아요 

그러나 혼자 살아갈 수 있으면 참 좋으련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그럴 수도 없는 처지이죠

 

어쩔 수 없이 교류하고 소통해야 하는 그 삶 속에서 내뱉어지는 단어들은 행복감을 주기도 하지만 또 거침없이 서로의 가슴에 생채기를 내놓기도 합니다

 

김이나 작가의 <보통의 언어들>에서는 우리 서로 조금만 솟아 있는 날카로운 감정들을 필터링 없이 내 마음 편한 대로 내뿜지 말고 큰 호흡 한번 들이마시며 나를, 너를 숨 쉬게 하는 언어들은 사용해 보고자 하는 것 같아요

 

 

라디오 진행중 청취자가 보내준 내용 일부분

 

 

 

염치가 있다, 선을 긋다, 사과하다, 공감하다...

우리는 너무 당연해진 언어를 통해 관성적으로 대화하고 사고한다

 

저자는 언어를 통해 누군가를 이해하고 나의 마음을 전달하지만 같은 말을 해도 다른 감정이 전달되기도 하고 곡해되기도 한다고 <보통의 언어들>에서의 언어들이 나와 나의 소중한 사람들 사이의 대화에 좀 더 견고한 다리를 놓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는 거 같았어요

 

중간중간 삽입되어 있는 아... 하고 탄성이 저로 나오는 짧은 메시지들을 의도적으로 한 페이지를 독으로 차지하며 기록되어 있는 명언들도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흔들리는 순간에도 지켜야 하는 마음이 있다" 책표지의 한 줄입니다

 

20자도 되지 않는 저 글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네요

경쟁, 재테크, 목표, 실행, 달성, 집중, 시간관리, 전문성... 하루종일 전투적으로 나뒹굴다 보니 피로감이 몹시 느껴지는 하루였다면 생각을 정갈하게 정리할 수 있고 가독성도 좋아 가볍게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보통의 언어들
이번 책 [보통의 언어들]은 김이나 작가가 그간 대중과 긴밀히 소통해온 경험을 살려 우리가 삶에서 맞부딪히는 복잡한 감정과 관계의 고민에 대한 해법을 일상의 단어 속에서 탐색한다. 그녀는 작사가로서의 예민한 안테나를 살려 우리가 자주 표현하는 감정의 단어들을 수집하고, 그 단어들이 다 품어내지 못한 마음의 풍경을 섬세하게 포착했다. 평범한 단어들 속에 깃들인 특별한 가치를 찾고 삶의 지향점을 풀어가는 김이나의 글은 쳇바퀴 같은 생활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그 안에서 우리는 어떻게 확장된 인생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저자
김이나
출판
위즈덤하우스
출판일
2020.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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